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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아프다'는 부모님...노년기 우울증 때문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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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노년층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질환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우울증 진료 환자는 100만 32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60대 이상이 약 33만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우울증 환자 3명 중 1명가량이 고령층인 셈이다.

이처럼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는 노년층 환자가 적지 않지만 초기 진단은 쉽지 않다. 우울 증상이 원인 모를 신체 통증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고, 이를 단순한 나이 탓으로 여겨 방치하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치매로 오인하기 쉬운 '가성치매' 양상까지 동반될 수 있어 세심한 감별 진단이 요구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신철민 교수(고려대 안산병원)는 "뚜렷한 원인 없이 신체 통증을 반복해서 호소하거나 수면 과다, 외출 기피 등 평소와 다른 생활 패턴을 보인다면 노년기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신 교수와 함께 노년기 우울증의 특징과 치료 및 예방법을 짚어본다.

신체 노화와 상실의 경험, 우울증 취약성 높여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과 무기력감, 흥미 저하가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생각과 행동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발병에는 유전적·생물학적 요인, 신체 질환,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노년기에 접어들면 유독 취약성이 커진다. 노화에 따른 뇌 신경전달물질체계의 변화와 신체 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은퇴, 배우자 사별, 사회적 역할 축소 등 노년기에 집중되는 '상실'의 경험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울증으로 진료 현장을 찾는 노년층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신철민 교수는 "과거에는 우울증을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로 여기거나 병원 방문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본인이나 가족이 증상을 인지하고 비교적 일찍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었다"라고 전했다.

다만, 병원 진료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음에도 노년기 우울증은 여전히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 고령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비전형적인 증상이 기저 질환과의 감별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지럽고, 관절 아프고...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노년기 우울증의 핵심 증상은 일반적인 성인 우울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울감과 흥미 저하를 비롯해 식욕 변화,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행동이 느려지는 증상, 죽음에 대한 생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노년기 우울증은 다른 양상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신철민 교수는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노년층의 특성상, '우울하다'는 말 대신 어지럼증, 두통, 관절통, 소화불량 등 원인을 찾기 어려운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다 뒤늦게 우울증 진단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진단 과정에서는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이나 불편감이 실제 신체 질환에서 비롯된 것인지, 우울증이 신체 증상으로 드러난 것인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신 교수는 "노년기 우울증을 진단할 때는 일반적인 주요 우울장애 진단 기준을 바탕으로 하되, 필요시 노인우울척도, 인지기능검사, 혈액검사, 약물 복용력 확인 등을 함께 시행한다"라고 설명했다.

우울증의 또 다른 얼굴 '가성치매'...초기 치매와 감별 필수
감별 과정에서 특히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 '가성치매(pseudo-dementia)'다. 뇌의 기질적 손상 없이, 우울증 등 정서적 문제로 인해 기억력이나 집중력 등 인지기능이 떨어져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치매와 가성치매는 '발병 속도'와 '증상을 대하는 태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실제 치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 환자가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숨기려는 경향이 짙다. 반면 가성치매는 우울 증상과 함께 비교적 급격히 시작되며, 환자 스스로 기억력 감퇴를 적극적으로 호소한다. 인지기능 검사 시에도 조금만 어려우면 "모른다"며 쉽게 대답을 포기하는 특징을 보인다.

다만 겉보기 양상만으로 섣불리 가성치매라 단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 뇌의 퇴행성 질환인 치매 초기 단계에서도 우울 증상이 흔하게 동반되기 때문이다. 신철민 교수는 "가성치매 여부는 단번의 진찰로 판단하기보다 우울증 치료 반응과 신경심리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만약 우울 증상이 있으면서 기억력 저하가 지속되거나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다면 mri, pet 검사 등 추가 평가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제약물 복용 잦은 노년층, 약물 상호작용 주의해야
현재 우울증 치료에는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가 입증된 다양한 약제가 쓰이고 있어, 꾸준히 관리하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다만 노년층은 고혈압, 당뇨병 등 여러 만성 질환으로 인해 이미 다약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물 처방 시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 천천히 증량한다'는 원칙이 엄격히 적용된다.

신철민 교수는 "기존 약물 간 상호작용은 물론, 우울증 약 투여로 발생할 수 있는 기립성 저혈압(이로 인한 낙상 위험), 저나트륨혈증, 위장관 출혈 위험, 심전도 변화, 졸림이나 어지럼증, 인지기능 악화 가능성까지 다각도로 고려해 처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인지행동치료나 지지정신치료를 병행하기도 하며, 경두개 자기자극(tms)이나 경두개 직류자극(tdcs) 같은 비침습적 뇌 자극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마취나 수술 없이 머리 겉면에 전자기장이나 미세한 전류 자극을 가해 우울 증상과 관련된 뇌 신경 활동을 조절하는 치료 방법이다.

가족 관찰이 조기 발견의 열쇠...일상 변화 살펴야
우울증의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평소와 다른 일상생활 패턴이나 행동 변화를 살피는 가족의 세심한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철민 교수는 "어르신이 외출이나 대화를 갑자기 피하고 누워 있는 시간이 급격히 늘거나, 식사량 감소, 극단적인 수면 변화(불면 혹은 과수면)가 나타나면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 꾸준한 운동, 지속적인 사회적 교류가 권장된다. 특히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뇌혈관 건강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혈관 질환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 악화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노년기 우울증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라며 "'나이가 들어서 원래 그런 것'이라며 방치하지 말고, 삶의 질 유지를 위해 주저 없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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