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악력은 물건을 던지고, 잡고, 기어오르고, 집는 것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건강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악력으로 사람의 힘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화되는 비율도 알 수 있고, 우리 몸의 근육 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악력이 낮을수록 심혈관 질환이나 암과 같은 질환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최근에는 악력이 약한 사람에서 우울증 위험이 더 크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나왔다.
악력 약한 사람에서 우울증 위험 3배 증가악력은 현재 자신의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도구가 된다. 정동장애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근호에는 악력이 약한 사람에서 우울증 위험이 3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산 교수·오재원 연구원, 계명대학교 통계학과 손낙훈 교수 연구팀은 세계 지역별 중장년층의 악력 저하에 따른 우울증 위험도 증가를 확인했다. 다양한 국가와 인종에서 발생하는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과 의욕 저하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며 인지 및 정신·신체적 증상으로 이어져 일상생활의 제한으로 이어진다. 특히 중장년층에서는 노쇠와 신체 근력 저하로 인한 신체 활동 저하가 자신감 상실이나 절망감 같은 부정적 심리 증상 및 우울증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악력은 근력, 신체 및 정신건강의 유효하고 신뢰성 있는 지표이며 많은 연구에서 우울증과 악력 간 연관성이 입증됐다. 그러나 세계 지역별 다양한 인구 집단에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비교 분석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연구팀은 한국, 중국, 미국, 영국, 브라질, 유럽 연합의 중장년층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45세 이상 5만 1,285명을 대상으로 악력과 우울증 간 연관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악력을 4분위로 나누어 가장 악력이 높은 집단인 1분위부터 가장 악력이 낮은 집단인 4분위까지 악력에 따른 우울증 위험도를 확인했다. 세계 지역별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여 분석했을 때 남녀 모두 악력이 높은 1분위에 비해 악력이 낮은 2, 3, 4분위에서 우울증 위험도가 높게 나타났다. 남성은 1분위 대비 4분위에서 우울증 위험도가 2.32배 높았으며, 여성은 1분위 대비 4분위에서 위험도가 2.11배 높았다.
악력 강하면 근육 튼튼…고혈압, 치매 등 위험도 낮아져손아귀 힘인 악력은 쉽고 빠르게 근육의 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울증 외에도 다양한 질환을 예측하는 평가지표로 활용된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팀은 악력이 약하면 운동능력이 떨어져 삶의 질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악력이 전체 인구 집단의 4분의 1로 낮으면 남성의 경우 운동 능력 문제가 1.93배 높아지고, 통증 등 신체 불편감은 1.53배 늘었다. 여성은 운동 능력 문제는 2.12배 높아지고 일상생활에서의 문제는 2.04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 등의 신체 불편감은 1.48배 높아졌다. 악력이 낮아지면 넘어질 위험도 큰데,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에 의하면 낙상으로 부상을 경험한 사람의 악력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5% 약했다. 악력이 약하면 몸의 균형을 잡는 능력이 떨어져 낙상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악력은 뇌 건강과도 연관이 있다. 악력이 세다는 것은 근육 감소가 적어 뇌의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하는 신경 세포의 섬유질 위축이 적다는 신호이다. 이에 악력을 치매 조기 위험 측정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낮은 악력은 결국 근력 저하를 의미하는 바, 말초혈관 저항이 커지고 내피세포 기능이 줄어들어 혈압이 높아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근감소로 이어질 경우 적은 근육량으로 인해 기초대사량이 줄고, 내장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겪을 수 있다. 한편, 악력은 청소년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미국 베일러 대학교(baylor university) 연구팀은 청소년 악력과 건강 유지 및 개선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악력이 약한 학생은 건강이 나빠지거나 건강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악력이 센 학생보다 3배 이상으로 높다고 밝혔다. 건강이 나빠지거나 안 좋은 상태가 유지될 확률은 악력이 약한 남학생 60.2%, 여학생 51%고, 악력이 센 남학생 15.3%, 여학생 21.9%였다. 심폐 체력, 신체 활동, 지방을 뺀 체중을 고려했을 때도 악력이 센 청소년이 건강 유지나 개선 점수가 더 높았다.
근육 키우면 악력도 세져근육량을 늘리고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면 악력도 강해진다. 악력의 강도는 보통 동력계를 사용하여 시험하곤 하는데, 이는 팔꿈치를 옆쪽으로 집어넣고 직각으로 배치한 상태에서 유리를 잡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측정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평균 악력은 20대 44kg, 30대 43.5kg, 40대 42.7kg, 50대 40kg, 60대 34.8kg 정도이며, 성인 여성의 평균 악력 정도는 20~30대는 25.3kg, 40대는 25.1kg, 50대는 23.8kg, 60대는 21.3kg 정도이다. 평소 손아귀 힘이 약하다면 악력을 기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으로는 팔굽혀 펴기, 아령 등기 등이 효과적이다. 생활 속에서 쉽게 악력을 키우는 방법은 한 손으로 페트병 뚜껑 따기 등이 있다. 다만 무리해서 악력만 키우는 운동을 하면 손가락을 굽힐 때 쓰는 힘줄인 굴곡건 조직에 건초염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