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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롤러코스터?"... 5개 이상 해당하면 '경계성 성격장애'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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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애정을 느끼던 대상이 한순간에 증오의 대상으로 바뀌거나,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노력하고, 격한 슬픔이나 불안, 충동적인 행동과 폭식, 분노 조절이 어렵다면 혹시 '경계성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는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는 인간의 성격장애 유형을 10가지로 나누고 이 중 경계성 성격장애를 '정서 조절 장애'로 정의하고 있다. 주로 불안정한 대인관계, 충동적인 행동, 격렬한 분노나 불안과 같은 극도의 감정 패턴을 지닌 정신질환으로 미국 성인 인구의 약 1.4%~2.7%가 경계성 성격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살시도나 자해 위험이 높아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계성 성격장애의 특징과 원인은 무엇이고,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할지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황재욱 교수(순천향대학교병원)와 함께 알아봤다.

'정신증'과 '신경증' 질환 증상 모두 나타남을 의미
'경계성'이라는 표현 때문에 '경계성 성격장애'가 정상과 비정상 성격의 중간에 있는 상태로 오해될 수 있다. 그러나 정신증과 신경증 양쪽의 증상이 모두 나타나, 두 상태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 어려운 정신질환을 의미한다. 정신증은 환각, 망상, 와해된 언어와 행동처럼 현실 검증 능력이 손상된 상태를 말하며, 대표적으로 조현병이나 조현정동장애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신경증은 현실 검증 능력은 유지되지만 심리적 갈등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불안, 강박, 히스테리, 불면, 두통 등 정신적·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이에 대해 황재욱 교수는 "최근에는 정신질환 분류가 더 세분화됐지만, 과거에는 크게 정신증과 신경증으로 나눴다"며 "조현병, 양극성장애, 심한 우울증은 정신증에, 불안장애나 가벼운 우울증은 신경증에 해당했다"고 설명했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이 두 가지 특성을 모두 보이기 때문에, 중간적인 증상을 지닌다는 의미에서 '경계성'이라는 용어가 붙었다.

질환의 명칭 자체가 번역체라 국내에서는 경계선 성격장애, 경계성 인격장애 등 다양한 질환명으로 불리고 있지만 가장 최근에 합의된 국문 진단명은 '경계성 성격장애'다.

유년기 부모와의 관계가 가장 큰 요인.. 청소년기~20대 발현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도 아직 경계성 성격장애의 정확한 원인을 확신하지는 못한다. 다만 많은 연구에서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황재욱 교수는 "정신건강 관련 문제는 대부분 딱 하나를 꼬집어 '이것이 이 질환의 원인'이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분야"라며, "경계성 성격장애 역시 유전적인 경향은 가계도나 가족력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의 성격이나 특징적인 성향이 전적으로 유전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경계성 성격장애는 유전보다 성장과정에서의 부정적인 경험들이 영향을 미치는데 그중에서도 부모와의 관계가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는 어린 시절에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았던 경험이나 유기, 방치된 경험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냉담한 부모의 반응이나 학대에 가까울 정도로 자녀를 몰아붙이는 행위, 일관되지 않은 부모의 태도들도 자녀의 성격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주로 청소년기부터 20대 사이에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성격은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기 때문에, 성격장애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유년기의 부정적인 경험이 바탕이 된 경우, 또래 관계가 중요한 청소년기부터 20대 사이에 대인관계 문제로 증상이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는 성격 형성이 거의 완성되어 가는 시기로, 유년기의 학대 경험과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학교폭력 경험도 경계성 성격장애 발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황 교수는 설명했다.

국내 유병률 0.01%… '나는 괜찮다'는 생각에 스스로 방치
2023년 강남세브란스병원 석정호 교수팀이 연구∙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에서 경계성 성격장애로 진단 및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인구 1만 명당 1명 정도로 유병률이 약 0.01%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다른 국가의 경계성 인격장애 유병률(2.7%~5.9%)에 비해 현저히 낮은 국내 유병률의 과소평가 가능성을 제기했다.

황재욱 교수는 "성격장애의 특징 중 하나가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아닌 주변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격장애 자체로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는 드물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다양한 성격장애 중에서 경계성 성격장애 환자가 병원에 가장 많이 내원하는 편인데 그 이유가 이 질환의 주요 증상으로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격장애가 아닌 우울증 치료를 위해 내원하는 환자 중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치료가 병행되는 경우에도 의료진이 우울증으로만 진단명을 등록했다면 실제 유병률보다 낮게 추정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美) 정신의학회에서 제시한 '경계성 성격장애 진단 기준'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는 다음 9가지 항목 중에서 5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경계성 성격장애로 진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1) 불안정하고 극단적인 대인관계(강하게 애정을 쏟던 대상이 한순간에 증오의 대상으로 바뀜)

2) 특정 대상이 자신을 떠나지 못하도록 과하게 노력함

3) 자아상(self-image)이 극단적이고 자주 바뀜 (과도한 자신감과 극도로 낮은 자존감이 교차)

4) 충동과 자해의 경향이 두드러지는 위험한 행동 (과소비, 위험한 성관계, 약물 남용, 무모한 운전, 폭식 등)

5) 자살시도나 자해 행위

6) 강한 슬픔이나 불안감이 짧게는 몇 시간 또는 며칠 동안 지속됨

7) 공허함을 자주 느낌 (지루함, 아무 의미나 목적이 없는 느낌)

8) 문제의 요점을 벗어난 과도한 분노 또는 분노 조절의 어려움 (잦은 신체적 싸움이나 성질을 표출, 지속적인 분노)

9) 스트레스로 인해 편집증적 생각∙감정을 느낌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나쁜 동기나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하는 피해망상적 사고), '비현실적'이라고 느끼거나,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졌다고 느낌

황재욱 교수가 제시하는 전문의 상담 필요한 증상은…
황재욱 교수는 미 정신의학회 진단 기준으로 자가 진단을 해보는 것도 좋지만, 앞선 설명에서처럼 성격장애의 특징적인 중 하나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점이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적용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신 "자살시도나 자해는 우울증과 함께 경계성 성격장애를 강하게 의심할 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으로 꼭 경계성 성격장애가 아니더라도 다음의 증상이 보일 때는 병원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했다.

1) 기분이 쉽게 우울해질 때 (잦은 우울감)

2) 쉽게 충동적이 되거나 분노 조절이 어려운 경우

3) 정서적 불안이 지속될 때

4) 불안정한 대인관계 (원인이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대인관계의 문제가 지속될 경우 상담 권장)

5) 극단적인 기분 변화 (현저한 기분의 반응성)

6) 반복적인 자살시도나 자해 행위

사회적 편견 두려워하지 말고, 빠른 치료 통한 회복에 집중해야
현재까지 경계성 성격장애의 치료법으로는 '변증법적 행동치료(dialectical behavior therapy)' 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변증법적 행동치료란 자살, 자해를 보이는 경계성 성격장애 치료를 위해 고안된 장기적인 치료 프로그램으로 사고, 정서, 행동 변화를 촉진하는 여러 가지 인지행동적 전략과 마음챙김 명상 활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행동치료들은 진행과정이 복잡하고 환자 한 명의 면담과 치료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담당 환자 수가 많은 대형병원에서는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황재욱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변증법적 행동치료가 가능한 병원이나 기관의 수가 많지 않지만 우울증 등 다른 질환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에도 성격장애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행동치료가 가능한 기관을 방문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황 교수는 정신건강이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도 정신적인 질환 또는 장애로 진단받았을 때 받을 수 있는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인 불이익을 우려해 상담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의료기관에서의 치료는 환자와 의사 간의 비밀이 보장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거나 불편한 부분이 지속되는 경우, 사회적 편견보다 치료를 통한 정신적 기능의 회복에 중점을 두고 전문적인 상담을 꼭 받아보시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