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며 시력이 떨어지면 대부분의 이들은 세월을 탓한다. 하지만 '노안이겠지' 하고 넘긴 순간이 시력을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일 수 있다. 시력 저하는 노안뿐 아니라 다양한 안과 질환의 신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안과 전문의 백승국 원장(모두의안과의원)은 "40세 이후 시력 저하를 호소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노안으로 진단되지만, 드물게 백내장·녹내장·망막 질환이 발견되기도 한다"며, 이상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과 함께 노안과 질환을 구분하는 방법, 그리고 시력을 오래 지키는 방법을 짚어본다.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 노안일까, 질환일까?
노안은 40세 이후 흔히 나타나는 눈의 노화 현상이다. 백승국 원장에 따르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가까운 것이 잘 보이지 않음 △책을 조금만 읽어도 머리가 아픔 △밤에 초점이 잘 맞지 않음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백 원장은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10명 중 9명은 노안으로 진단돼 생활 습관 교정, 안경 처방, 휴식 등을 권고받는다"며 "다만 드물게는 백내장, 녹내장, 망막질환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질환은 퇴행성 질환으로, 나이가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이다.

그렇다면 백내장, 녹내장, 망막 질환은 각각 어떤 특징을 보일까. 백승국 원장은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흐려지고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며 "대개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에 환자가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주요 원인은 노화지만 외상, 약물, 염증 등으로도 이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녹내장은 시신경에 손상이 생겨 시야 결손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정상안압녹내장'이 흔한데, 환자 10명 중 7~8명이 이에 해당한다. 이름처럼 안압은 정상이지만 진행성 시야장애와 시력 저하가 특징이다.

또한 황반에 이상이 생기는 망막전막이나 황반변성 역시 시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백 원장은 "이 경우 중심시력이 떨어지고, 글자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변시증이 나타난다"며 "사람들이 양쪽 눈을 사용하다 보니 한쪽 눈에 이상이 있어도 모른 채 지내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안질환, 증상 놓치기 쉬워… 정기 검진이 답
눈이 침침하거나 시력이 떨어져 병원을 찾으면 우선 시력검사를 시행한다. 노안으로 인한 경우 원거리 시력은 유지되지만, 근거리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질환이 의심될 때는 원·근거리 시력을 각각 확인하거나 격자무늬표 검사를 통해 선이 휘어져 보이거나 안 보이는 부분을 확인해 이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백승국 원장은 "증상만으로 백내장, 녹내장, 망막질환을 발견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정기적인 안과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내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질환은 완전한 시력 회복이 어렵지만, 조기에 진단하면 시력을 유지하는 기간을 크게 늘릴 수 있다. 특히 황반변성과 녹내장은 3대 실명질환으로 꼽히는 만큼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백 원장이 권장하는 정기검진 주기는 다음과 같다.
∙40세 이상: 생애 첫 국가건강검진과 함께 안과 정밀 검진
∙50세 이상: 황반변성 포함, 매년 정밀 검진
∙가족력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매년 정밀 검진

참고로 백내장으로 진단되면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녹내장은 기본적으로 안약으로 시신경 손상을 늦추지만, 조절이 어렵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백승국 원장은 "녹내장 수술에는 레이저수술, 섬유주절제술, 방수유출장치삽입술 같은 전통적 방법이 있으며, 최근에는 최소침습녹내장수술(migs)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연령 관련 황반변성은 형태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 건성황반변성은 금연과 함께 areds 영양제 복용을 권장하고, 습성황반변성은 항혈관생성 억제제(anti-vegf) 주사가 대표적 치료법이다.

시력을 오래 지키는 노년층의 공통점… '올바른 생활 습관'
고령에도 선명한 시력을 유지하는 이들이 있다. 백승국 원장은 그들의 공통점에 대해 "대부분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이 없다"고 설명한다. 이런 질환은 당뇨망막병증, 망막혈관폐쇄증 등 망막혈관 질환의 발생률을 높이고, 유병 기간이 길수록 안과 질환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생활 습관도 큰 영향을 미친다. 백 원장은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는 황반변성과 당뇨 발생 위험을 높인다"며 "반대로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는 분들이 시력을 잘 지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기 검진 역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눈은 퇴행성 질환이 많은 기관인 만큼 증상이 없어도 꾸준히 검진을 받아야 한다. 백 원장은 "40세 이후에는 1~2년마다, 60세 이후에는 매년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백승국 원장은 마지막으로 눈 건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옛말에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속담이 있듯, 눈은 단순한 감각기관이 아니라 외부세계를 인식하는 핵심 기관"이라며 "정기 검진을 통해 소중한 눈을 지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